이용객 없어 '고추말리는 공항' 전락
만성적자 시달리며 안전 구멍 뚫렸지만
정치권, 전국 10곳 신공항 경쟁적 추진
|
30일 업계 등에 따르면 2007년 문을 연 무안공항은 호남의 유일한 공항이다. 활주로 이용률은 전국 꼴찌 수준. 2022년만 하더라도 활주로 이용률이 0.1%로 전국 공항 15곳 중 최하위 수준을 기록했다.
무안국제공항은 김대중 정부 시절인 1999년 착공해 2007년 개항했다. 인근에 공항이 있는데도 선심성 공약으로 추진돼 당시 사업을 주도한 한화갑 국회의원의 이름을 빌려 '한화갑 공항' 또는 '김대중 공항'으로도 불린다. 이용객이 없어 주민들이 활주로에 고추 말리는 장면이 목격돼 '고추말리는 공항'으로도 불린다. 손님 없이 공기를 나른다 해서 '공기수송 공항'으로도 불린다.
대체로 집권 전환기마다 공항을 신설하겠다는 선심성 포퓰리즘 공약들이 문제가 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른바 청주공항은 '노태우 공항', 양양은 '김영삼 공항', 김제는 '정동영 공항', 예천은 '유학성 공항' 등으로 불리는 것들이다.
지방공항 등을 포함해 이 같은 포퓰리즘성 공항들은 대부분 적자난에 허덕이고 있다. 항공정보포털시스템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전국 15개 공항 중 인천국제공항, 김포국제공항, 김해국제공항, 제주국제공항 등 4개 공항을 제외한 나머지 11개 공항이 적자를 기록했다. 특히 이번 참사가 발생한 무안국제공항의 2023년 적자 규모는 253억원으로 가장 컸다.
공항의 건설부터 운영까지 국비가 들어가는 구조이다 보니 초기 수요예측 등 분석이 지나치게 낙관적인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지역별로 공항 하나쯤은 있어야 한다는 '균형발전' 이론에 충실하거나, 또는 이미 지역공항이 있음에도 정치적으로 추진되는 경우도 있다. 실제 활용도는 수요예측과 동떨어져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대목이다.
참사가 발생하자 누리꾼들은 SNS 등을 통해 인근에 광주공항이 있음에도 무안공항을 새로 지을 필요가 없었다며 3000억원이나 들여 완공한 '김대중 공항'은 철새도래지를 무리한 포퓰리즘으로 공항입지로 선정했다고 비판하고 나섰다. 그럼에도 정치권은 경쟁적으로 신공항을 더 짓겠다는 취지다. 새만금을 비롯해 부산, 제주, 충남, 서산, 경기 남부 등 전국 10곳에 신공항이 추진되고 있다.
김성회 전 대통령실 종교다문화 비서관은 "무안공항의 방콕 국제노선은 이명박, 박근혜, 문재인 전 대통령 때도 되지 않다가 이번에 준비 없이 국제노선을 허가한 것 같다"며 "특히 방콕 무안 노선의 경우, 윤석열 대통령 탄핵 등 정신없는 상태에서 취항한 것 같다. 전남도는 12월부터 국제노선을 취항하겠다 했다"고 말했다.
지방공항들의 적자난 지속에 따라 관리부실 문제가 화두가 되고 있는 가운데, 실제로 무안공항은 설비 부족의 홍역을 앓고 있던 것으로 나타났다. 박용갑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무안공항에는 현재 조류 충돌 예방 설비인 버드 스트라이크 탐지 레이더와 열화상 탐지기 등 설비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박 의원실 측은 "공항공사와 구두 확인한 사안으로, 구체적 설비 현황은 자료를 요청해 뒀다"면서도 "한국공항공사가 운영하는 14개 공항 중 조류 탐지레이더가 설치된 곳은 단 한 곳도 없고, 열화상 탐지기도 김포, 김해, 제주공항 등 단 3곳에만 설치돼 있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특히 무안공항에서는 2019년부터 올해 8월 말까지 총 10건의 버드 스트라이크가 발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