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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꽁꽁 숨겨졌던 제주 비경 ‘천미천 진숫내’는 한폭의 뮤지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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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두완 기자

승인 : 2025. 01. 13. 10:32

1일 제주도 유일 국가하천으로 지정되면서 주목
발원지 진숫내는 이승만 대통령 별장이 있는곳
꽁꽁 숨겨진 비경, 구좌읍 토박이도 잘 모를 정도
최근 MZ세대 커플들 사진 스폿으로 조금씩 알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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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미천은 제주시 조천읍과 구좌읍 사이에 있는 돌오름에서 발원하여 표선면까지 28km 흐른다. 발원지인 송당리 진숫내 겨울 모습./ 부두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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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미천 구간 중 송당리에 위치한 진숫내 가을 모습. /제주도 공식블로그
제주도의 신비로움과 아름다움의 끝은 어디까지 일까. 평생을 제주에 살아도 모두 볼 수 없는 신비한 제주. 이름조차 생소했던 천미천의 진숫내는 알고보니 제주의 또 다른 보물이었다. 꽁꽁 숨겨놓은 하천 비경을 지켜보니 왜 진작 보지 못했을까 후회가 밀려왔다.

제주도에서는 유일하게 지난 1월 1일자로 국가하천으로 지정된 천미천을 둘러봤다. 제주시 조천읍과 구좌읍 사이 돌오름에서 발원해 표선면까지 28km까지 흐른다. 유역 면적은 제주도 전체 면적의 약 7%를 차지하는 최대 규모 하천이다. 특히 제주 동부지역의 중요한 수자원이자 유네스코생물권 보전지역을 흐르는 생태적 가치가 큰 하천이다.

첫 발원지는 작은 실개천으로 흐르지만 하류 폭이 100m 되는곳도 있다. 이곳에 물이 모아져 하천을 흐를때는 크고 작은 다양한 폭포도 만들어낸다. 그리고 수계는 손가락 모양과 나뭇가지를 닮아 수지형 하천으로 부른다. 천미천의 형성은 제주 오름을 빼놓고 얘기 할 수 없다. 40여개 오름이 하천에 걸쳐 있어 동북권 생태계 젖줄이라 부를만 하다.

이러한 생태환경은 야생조류와 상록활엽수, 낙엽활엽수가 혼재하는 생태공간을 만들어 냈다.

천미천은 야생조류가 살아가는데 필요한 물, 먹이(나무열매와 곤충류), 다양한 서식공간 등 3대 요소를 잘 갖췄다. 인간의 발길이 비교적 뜸해 야생조류엔 최적의 서식지다.

특히 여름철새들에 최적의 번식장소로 알려졌다. 법정보호종인 팔색조, 두견이. 뻐꾸기. 쏙독새, 호반새, 청호반새, 긴꼬리딱새, 큰유리새. 흰눈썹황금새, 노랑할미새, 해오라기가 찾아오는 곳이다.

이밖에도 제주도 텃새인 맷비들기, 직박구리, 제주휘바람새, 박새, 오못눈이, 큰오색딱다구리, 꿩의 요란한 소리로 하천은 늘 분주하다.

계곡주변에는 대나무와 조리대가 무성하다. 노루까지 산다. 천미천 본류에 이르기까지 60여개의 작은 하천이 합류해 풍부한 수자원과 다양한 식생군락을 형성하고 있다. 자연생태는 마치 뮤지컬 배우들이 모여서 공연하는 무대처럼 느껴진다.

이곳에서 자란 김경학 제주도의원은 "어릴적부터 청년시절까지 소풍으로과 친구들과 어울려 천미천에서 놀았다"고 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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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에서 진숫내를 방문한 30대초반 커플에게 김경학 의원(왼쪽)이 이곳의 역사와 생태계를 설명하고 있다. 이 여행자들은 천미천을 검색하여 찾았다고 했다./부두완 기자
발원지에서 탐방길을 따라 걷다보면 곳곳의 풍광은 공연장마다 펼쳐지는 무대와 소품 같다. 이러한 자연의 아름다움은 포토 스폿으로 최근 유명해졌다고 한다. 특히 MZ세대들과 예비부부들의 웨딩 촬영장소로 떠올랐다.

제주 하천은 제주지형 특성상 모두가 건천이다. 하지만 진숫내는 언제나 물이 풍부해 마치 강과 같다. 그리고 소(沼)가 곳곳에 있어 한라산에서 내려온 맑은 물을 숨쉬게 하는 숨골 역할을 한다. 특히 육지의 일반 하천과 달리 천연숲과 제주 화산석이 조화를 이루고, 제주의 야생 천연나무들은 또 다른 아름다움을 선사 한다.

김 의원은 진숫내에 대해 "1957년 이승만 대통령 당시 송당리에 900만평의 국립송당목장을 건립했다. 이때 작은 뚝을 쌓아 목장 우물로 사용했다. 제주에서는 소먹이는 물과 사람들이 음용하는 하천물을 진숫내라고 한다. 그래서 지명보다 사용용도에 따라 붙여진 이름"이라고 설명했다.

고로 건천이지만 반영이 있다. 숲속에 다양한 나무들이 하천물을 거울삼아 비추어 내는 풍경은 환상적이다. 미리내가 따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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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기에 하천 수위를 보여주는 흔적이 걸려있다. 위험을 알리는 안내 현수막이 작년 폭우로 찢어져 나무가지에 걸려있다(위).주변에 자연적으로 형성된 나무숲과 녹화사업으로 만들어진 숲이 조화를 이룬다(아래)./부두완 기자
거닐다 보면 주변에는 삼나무과 편백나무숲이 다시 걸음을 멈추게 한다. 대나무와 조리대, 억새군락지는 마치 지휘자 없는 오케스트라 연주에 맞춰 춤을 추고 있는듯 하다.

주변에 목장이 많아서인지 그림같은 초원이 펼쳐진다. 전 국토의 초원 면적 중 40%를 차지하는 제주섬은 이맘때면 억새와 조리대가 춤추는 때이다.

구좌는 송당리와 덕천을 제외하고 하천물이 흐르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구좌읍 11개 마을 중 9개의 마을은 하천의 존재를 모르고 산다. 최근에야 조금씩 알려졌다.

물줄기가 흐르는 구간중에는 자연생태유산이 여럿 있다. 그곳은 새들이 지저귀는 넓은 빌레동산과 주변을 휘감은 물줄기와 나무숲은 무대공연장 같았다. 특히 맑은 하천물에 햇빛으로 비추어진 반영은 아름다움의 극치였다,

시시각각 일어나는 다양하고 화려한 모습, 때론 정막함이 뮤지컬 공연의 막과 장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숲이 주는 자연의 교과서는 뮤지컬 대본과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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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목대비 어머니는 여인으로는 첫번째로 제주도에 유배온 인물이다. 그에 대한 기록관처럼 되어있는 공원을 안내하는 김경학 도의원./부두완 기자
주변에는 왕실가족 여인의 슬픈 역사도 있어 더 드라마틱 했다. 제주도 최초로 유배 온 여성인 조선 선조 때 인목대비 모친 이야기다. 광해군은 이러한 연유로 제주에서 67세를 일기로 생을 마친 역사와 연결된다. 역사의 숨결이 고스란히 간직한 곳이 대비공원이다.

진숫내가 만든 음악소리는 어떠한가, 어떠한 악기로도 음색과 선율을 흉내내기 어렵다. 바람은 자연을 스치며 울창한 숲과 작은 풀까지도 연주한다. 그리고 특유의 제주의 빌레(바위)를 타고 무대에서 노래하고, 춤출 땐 관악과 현악기의 소리처럼 가슴을 태우는듯하다.

기자는 뒤늦게 제주의 자연에서 새로운 인생공부를 하고 있다. 그리고 악기로 명곡을 연주할 때처럼 감정이 복받쳐 올라온다. 천미천은 영원한 뮤지컬 무대다. 공연장을 찾는 이들은 자연이 주는 뮤지컬 대본을 받을 것이다. 그리고 여행은 예술이되어 한편의 뮤지컬을 보게된다. 이때 비로소 관객들은 커튼콜의 주인공이 될 것이다.

부두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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